스윙댄스/음악공부_스윙

[스크랩] [jazz 칼럼]스윙 재즈의 역사를 섭렵한다.

유치어니 2006. 7. 8. 05:24
 

아마 최근에 나온 스윙 재즈 중 가장 유명한 곡은 영화 [시카고(Chicago)](2002)의 도입부를 치장했던 “Overture/All That Jazz”가 아닐까 싶다. 캐서린 제타 존스(Catherine Zeta-Jones)가 남자 예닐곱 정도 잡아먹은 뒤 소화 겸 운동 겸 춤추고 부르는 것 같았던 그 곡 말이다. 그러나 스윙 재즈는 알게 모르게 우리 문화인생의 이곳저곳에 녹아있다. 특히 영화나 광고에서 그렇다.

1920~40년대를 배경으로 한 헐리웃 영화의 ‘무도장’에는 거의 100% 빅 밴드가 연주하는 스윙 재즈가 흘러나오고, 주인공들은 오늘날의 나이트클럽에서 벌이는 것과 똑같은 일을 한다. 작업, 도박, 술, 담배, 결투, 패싸움, 등등. 광고뿐 아니라 댄스 동아리를 중심으로 한 스윙 댄스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스윙이란 대체 무엇인가.





원래 어떤 장르나 스타일의 이름이란 오랜 기간의 고민과 빠삭한 이론적 지식, 당대의 음악적·사회적·정치적 상황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통해 여럿이 힘을 모아 치열한 토론을 거친 뒤 정해질 리가 없다. 그런 건 음악 매체에서 (예를 들면 ‘부비부비 춤’처럼) ‘그까이꺼 대충 닮은 거’ 식으로 정해진다. 한국에서는 이런 장르나 스타일의 명칭에 대한 구분이 좀 심해 보일 때가 있는데, ‘이 곡의 17분 24초 부분에서 트럼펫 대신 피콜로의 즉흥연주가 들어갔기 때문에 이것은 스윙이 아니라 프로그레시브에 기반을 둔 아방가르드 프리 재즈다’ 같은 식의 말을 읽다가 내 인생이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가끔 있었던 기억이 있다. 유난히 ‘정답’에 집착하는 입시 교육 풍토 때문일까.

말하고 싶은 요점은 스윙이나 빅 밴드와 같은 용어는 말 뜻 그대로의 뜻이라는 것이다. 스윙(swing)은 ‘흔들거린다’는 뜻이다. 즉 엉덩이나 술잔을 흔들흔들 하면서 흥청망청하게 놀기 좋은 재즈 음악이 스윙 재즈다. 빅 밴드(big band)는 말 그대로 ‘큰 밴드’, 즉 단원 숫자가 많은 재즈 밴드를 가리키는 말이다. 밴드 구성은 보통 트럼펫 서너 대, 트롬본 두세 대, 색소폰 두세 대, 클라리넷, 피아노, 전기기타, 베이스, 드럼이고 때로는 전속 보컬도 뒀다.

이런 악기들이 모여서 강한 비트(이 비트는 ‘one & two & three & four'에서 ’one'이나 ‘two'보다 ’&‘에 액센트를 주는 ’오프 비트(off beat)'이다)를 특징으로 하는, 술병 깨지는 소리와 잘 어울리는 시끌벅적한 연주 음악이 만들어졌다. 사람이 많다 보니 재즈 하면 생각나는 즉흥연주(improvisation)보다는 앙상블이 중요했고, 놀아야 하니까 신나는 비트가 중요했다. 즉흥연주는 밴드 내에서 잘 나가는 뮤지션에게만 제한적으로 기회가 주어졌는데, 깐깐한 사람들은 ‘이게 바로 스윙 재즈가 상업적으로 타락했다는 증거’라 주장하곤 한다. 그런 말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된다.

돈이 모자라 큰 밴드를 꾸릴 수 없을 때는 파트별 숫자를 줄여 단출하게 짜기도 했다. 그럴 때는 콤보 밴드(combo band)라는 겸손한 이름을 붙였다(참고로 6.25 후 미 8군에서 음악 생활을 시작한 우리 조상들은 대개 이 콤보 밴드를 조직하거나 거기에 가입하면서 음악 생활을 시작했다. 그때는 ‘캄보 밴드’란 발음으로 통했다).

그럼 스윙 재즈는 빅 밴드 재즈인가? 보통은 그런데 꼭 그런 건 아니다. 유명한 스윙 재즈 밴드는 다 빅 밴드였지만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나 게리 멀리건(Gerry Mulligan), 제럴드 윌슨(Gerald Wilson), 선 라(Sun Ra) 등의 재즈 뮤지션들도 밴드를 꾸려서 활동했고, 이들의 음악은 놀기 좋은 스윙 재즈가 아닌 폼 잡기 좋은 재즈였다. 그래서 입시학원적 결론을 내려보면: 스윙 ⊂ 빅 밴드 이렇게 된다. 하지만 그게 그거라고 생각해도 별 문제는 없다.





그럼 스윙은 언제 처음 시작된 걸까? 이런 문제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겠지만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 rong)이 플레처 핸더슨(Fletcher Henderson)의 빅 밴드에서 활동을 시작했던 1924년경부터라는 말이 전해 내려온다. 물론 더 거슬러 보자면 딕시랜드(Dixieland) 시절부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따지다간 따 당한다.

스윙 재즈는 1930년대 초반까지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193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스윙 재즈는 당대의 가장 유명하고 잘 나가는 댄스 음악(내지는 ‘불미스런’ 일들을 벌어지게 하는 음악)이 되었는데, 이런 스윙 재즈의 전성기를 가져온 인물이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베니 굿맨(Benny Goodman)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민 가정에서 태어나 열 살 때부터 클라리넷을 연주하기 시작한 그는 1935년 LA의 팔로마 볼룸(Palomar Ballroom)에서 벌인 공연이 경이적인 성공을 거두며 전국적인 스타가 되었다. 그의 휘하에는 카운트 베이시(Count Basie), 벅 클라이튼(Buck Clyton), 레스터 영(Lester Young) 등의 전설적인 연주자들이 있었으며, 카운트 베이시나 레스터 영은 스윙 재즈뿐만 아니라 재즈의 역사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기록들을 남겨 놓았다.

또한 스윙 재즈 이야기를 하면서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과 찰리 크리스천(Charlie Christian)의 존함을 뺐다가는 피아노 줄에 묶여 기타로 맞아도 할 말이 없다. 피아니스트 듀크 엘링턴은 ‘공작(duke)’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우아한 빅 밴드 재즈의 명곡들을 남겼고,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가 그가 남긴 업적을 기리는 “Sir Duke"를 만들어 부르기도 했다.

찰리 크리스천은 빅 밴드 내에서 ‘리듬 악기’였던 전기기타에 ‘리드 악기’(그러니까, 기타로 멜로디도 연주했다는 얘기다)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한 선구자로 재즈의 역사를 빛내고 있다. 이 외에도, 스윙 재즈의 시대에 머물지 않고 그 뒤에도 계속 놀라운 경력을 쌓아 간 뮤지션들, 즉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 콜맨 호킨스(Coleman Hawkins), 글렌 밀러(Glenn Miller), 가이 롬바르도(Guy Lombardo)의 이름도 기억 한쪽에 갈무리해 두면 언젠가 즐거운 일이 생길 것이다.

스윙 재즈의 전성기는 짧았다. 1930년대와 40년대에 스윙 재즈는 ‘광적인 유행(cra ze)’이라 불릴 정도로 미국과 유럽 양쪽에서 인기를 누렸는데, 아도르노(Theodor W. Adorno) 같은 일급 철학자는 스윙 재즈를 ‘예술의 거짓된 청산’이라는 알 듯 모를 듯한 공격적인 언사로 비난하기도 했지만(그에게 재즈는 모두 스윙 재즈였다) 쉽게 말해도 들을까 말까 한 비난을 그렇게 표현했으니 결과적으로 스윙에 대한 그의 공격은 헛스윙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2차 대전이 끝나면서 세상은 변했고, 재즈의 주도권은 스윙이 아니라 간소한 편성에 훨씬 사색적인 분위기를 가진 비밥(Bebop)에게 넘어갔다. 그래도 문화의 영역에서 한 번 만들어진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다가 누군가 그리워하면 살며시 나타날 뿐이다. 오늘날까지 은은하게 인기를 끌고 있는 스윙 재즈는 그 증거 중 하나일 것이다.

 

출처 : http://www.melon.com/juice/genreZone/jazz/MusicalInstrumentReview.jsp?etcId=377&gnrId=9

출처 : 뻔!뻔!뻔!
글쓴이 : 마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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